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어떤 소송>은 개개인의 건강을 국가가 법적으로 강력하게 개입하는 사회이다. 물론 정부가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 지역마다 보건소나 의료원을 설치하여 병을 예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요즘 사회에선 상상도 못할 얘기다. 21세기 중엽의 지구는 더 이상 환경오염도 없으며, 사람들은 자연보존과 함께 개인의 건강관리와 복리후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활한다. 개인은 건강상태를 체크하여 정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정부가 경고를 내려 시정조치를 요구한다. 만약 정부에서 경고조치를 취하여 건강을 회복하라고 요구했는데도 불응할 경우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경우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무엇일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연분석학자인 미아 홀의 동생 모리츠는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한 여인을 살해했다는 협의로 구속받다 감옥에서 자살하고 만다.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모리츠는 생전에 병에 걸릴 수 있는 권리라는 모임에 참여하였으며, 국가가 개인의 건강에 개입하는 방법에 반대했던 자유주의자였다. 동생이 죽은 후 삶의 의욕없이 보내던 미아 홀이 건강관리에 소홀하자 판사는 법정 출두명령을 내린다. 만약 근미래에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사회가 도래한다면 숨이 막힐 것 같다. 내 자신의 의지를 발산할 수 없고 사소한 것조차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닌 체재 아래 존재하는 구성원 중 일부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 근미래를 다루는 소설 가운데 아직까지 최고로 치는 소설은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이다. 20세기초에 쓴 이 책은 마치 미래를 갔다 온 것처럼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하게 무너뜨려 체재 아래 가둘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챕터가 있는데 저자가 상당한 고찰과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만한 부분이다. 소설은 챕터가 호흡이 길지 않아서 쉽게 넘길 수 있는데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상당히 묵직하다. 대부분 근미래에 대한 묘사는 어둡고 무겁기만 한데 그것은 아마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면서 현실사회 속에 드러나는 사회적인 문제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회도 없고 완벽한 시스템도 없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면서 사회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적절하게 개입할 때 건전한 사회가 된다고 보는데 <어떤 소송>도 현실사회에서 도출되는 부분 중 하나를 반영한 것 같아 우리에겐 자유라는 말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겨 보게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읽을만한 책이었다.
[출처] 어떤 소송 - 율리 체|작성자 김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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