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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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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1445년경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에 성공한 것보다 80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가 <직지심체요철>이라며 국사 시간에 배우면서 무척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로 유럽 전체를 계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80년 앞선 <직지심체요철>의 금속활자본은 국가에 독점되면서 백성은 온전하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종이값이 꽤 비쌌던 이유보다도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나라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이 주요 발단이었다. 백성들이 우매하다면서 다스려야 할 존재로 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지배계층의 지식 독점욕으로 인해 백성들은 새로움을 깨칠 기회마저 쉽게 가질 수 없었다. 한자 역시 문자를 깨칠려면 서당에서 글을 배워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백성들은 그저 구전으로 전해오는 전래동화처럼 말로써 제한적인 지식 공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500년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발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작품인 <훈민정음>이다. 세종대왕이 애민사상이 반영된 결과물로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다. 훈민정음이 서적발행을 위해 탄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서적발행으로 이어왔는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한글로 쓰인 책조차 다시 한문으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인데 이는 일반 백성들이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비극을 낳게 된 것이다. 그들은 한글이 일반 백성들에게 널리 퍼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백성들이 지식을 깨치면 지배 기반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적극 반대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책과 지식이 500년 이상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천되었는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책으로 무려 54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한 호흡으로 읽기에는 길지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거나 알았던 사실을 깨치는 데 중요한 역할로 각인될 것이다. 고루하게까지 느껴졌던 고서를 하나로 엮어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사진과 설명이 적절하게 들어가서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진진하게 우리들의 지나온 역사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책도 없을 것이다. 



서두에도 우리가 우리들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알고 있는 지식이라곤 중고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였다. 국어와 국사 시간에 간간히 알았던 것이 진리라고 믿으면서 그 외에 것은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우리나라 백성들은 우매하지 않았다. 단지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었을 뿐이다. 백성들이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한글이 창제된 뒤로도 한참 뒤에야 한글로 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성종때 2,940질을 인쇄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보급시키려고 한 <삼강행실도>조차 백성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유교사상에 깊이 침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집집마다 지역마다 보급된 <삼강행실도>의 역할이 가장 크다. 그후 <삼강행실도>에 나온 사상들은 일반 백성들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 이면에는 홍길동, 임꺽정같은 의적이 출몰하면서 윤리나 지배에 위기의식을 느낀 사림파들이 <삼감행실도>의 보급을 통해 교화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삼강행실도>에는 충신, 효녀, 효자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손가락을 자르고 넓적다리를 베어서 그걸 죽으로 끊여 아버지의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효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 미개한 수준을 넘어서 야만성의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성들은 <삼강행실도>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이 참 진리라고 믿고 따랐을 것을 생각하니 고려장같은 폐단도 잘못된 사상이 전파되면 그 잘못된 믿음을 통해 얼마나 인간의 야만성이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지 알 수 잇었다.



조선시대만 해도 종이는 정말 비싼 물건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은 책을 출판할 수도 없었다. 모든 책 출판은 국가의 서점원같은 기관에서 담당해야 했다. 종이가 왜 그렇게 비쌌을까? 책에 나온 예를 들어보면 옥색지 1장을 만드는데 벼 1말 2되 5홉(전라, 경상)이 들었고, 설화지 1장은 쌀 2되 5홉(전라), 쌀 1말 3되 4홉(경상), 도화지 1장은 쌀 2되 5홉(전라), 쌀 1말 2되(경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려면 왠만한 부를 축적한 양반계층이 아니고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선시대의 서적 대부분은 상품이 아닌 지배계층만이 공유하기 위한 책으로 발간되었던 것이다. 그 책조차 지배 수단 중 하나인 한문으로 번역되었고, 한글조차 한문을 번역할 때 한문 기준에서 어색하게 번역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간송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고서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이들 고서적들은 대부분 한문으로만 쓰여져 있다. 세종대왕때 반포된 한글로 쓰여진 책은 드물다. 이것은 마치 영어가 아닌 라틴어로된 책을 보는 기분일 것 같다. 한문을 배우거나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글이 아닌 문자, 그림으로 보일 뿐 그닥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 싶다. 조선시대 500년간 있었던 우리들의 역사인데도 불구하고 과연 그때 이런 책이 나왔는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우리에게도 자랑스런 출판 역사와 지식이었는데도 일반 백성들에게 공유되지 않은 책들이 많아서 거리감이 큰 것 같다. 



이번에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를 읽으면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는 어디서든 책을 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는 시대다. 전에는 비싸서 읽지 못했다면 지금은 어디서든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되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전달받았던 시절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풍요로워졌지만 미디어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책과 멀어졌다는 건 좀 생각해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런 방대한 문헌들을 취합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역어낸 저자의 열정이 새삼 느껴진다. 이런 자료를 모으느라 엄청난 발품을 팔았을 것이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발간한 저자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 책이었다. 한창 배우는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함축된 사실이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풀어난 책을 읽다보면 더 깊은 사고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조선통신시내조도에 나오는 그림인데 우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꽤 많은 서적들을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문화를 교류하고자 했던 부분도 상세하게 기술되었다. 또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외국 책을 받아들였고, 일본어 교육서적을 보면서 좀 놀라웠다. 과연 과거에는 어떻게 외국어를 배웠을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은 지적 충만감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과거의 역사를 알면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게 되고 미래를 바라보는 척도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책에 대한 모든 것이 자세히 담겨져 있다. 우리들이 궁금해할만한 부분들도 꼼꼼하게 담아내서 한 흐름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 우리들이 몰랐던 새로운 점을 알 수 있다. 책을 누가 만들었는지 책 말미에 각수들의 이름이 삽입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러한 유산들이 후대에도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역사를 재해석하는데 있어서 과거를 어떻게 잘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료나 사료들도 잘 보존시켜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는 이렇게 훌륭한 책을 읽게 되어서 행복한 시간여행을 떠나온 기분이었다.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강력추천하는 책으로 우리들의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짚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가치가 느껴지는 책이다. 만약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처럼 그 헤택과 보급이 모든 백성들에게 돌아갔으면 지금의 우리 역사는 얼마나 많이 바뀌었까라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사유로 비춰보면 지배강화와 교화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과거 어느때보다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높이 올라간 상태이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사와 관련된 책도 광범위하게 읽을 필요성을 느겼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집필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저자
강명관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4-01-0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책의 역사를 만나다 늘 새로운 시각의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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