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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열세 번째 배심원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가독성이 좋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마치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몰입도가 뛰어나다. 처음 이 스토리의 배경을 읽었을 때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기가막힌 발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히 누명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유전자 조작부터 치밀한 알리바이 조작 등 단지 경찰과 법정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무고한 청년이 위험한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어 누명 사건을 뒤집어쓰고 실제 법정에 설 수 있을까? 나라면 간 떨려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없을 것 같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서 몇 년을 썩어야 하는데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작가가 꿈이었던 다카미 료스케는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퇴직을 당한 후 근근히 퇴직금만으로 버텨온 청년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수차례 도전하지만 퇴직금만 까먹고 아무런 결과를 이뤄내지 못해 어떻게든 등단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이다. 상황이 절박하고 곤궁하다보니 선배인 후나이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가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되어서 이 사건이 날조되었다는 걸 밝힌 뒤 그 속에서 경찰의 비리와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쳐넣는 법정의 판결을 꼬집어내기 위해 계획된 '인공 누명 계획'은 작가 혹은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의 힘을 억누르지 못한 다카미 료스케의 결정이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카미의 아버지인 미쓰오키는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 심리학자인데 억울하게 치료받은 여자의 거짓말로 인해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몰려 사실 확인도 안 된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내는 언론의 집중포화와 사회적인 냉대에 몰려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 부분도 주인공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경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원인이기도 하다. 계획이 받아들인 다음날부터 후나이는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 다카미 료스케를 완벽한 누명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어낸다. 법정으로 잡혀 들어갔을 때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입증해내야 한다. 이 책의 핵심은 법정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배심원제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배심원제도는 '국민참여재판'으로 만 20세 이상이 되는 국민 가운데 이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뽑아 선정하는 제도로 형사재판이 죄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에 반해 배심원제도를 통한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법정에 서 있을 때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검사와 변호사 간의 공방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 과정과 판결을 내리는 판사에 달려있다. 억울한 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완적인 장치가 바로 배심원제도다. 그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그를 믿어주고 변호해준 사람이 바로 모리에 슌사쿠라는 변호사로 그의 변호가 없었다고 그는 짓지도 않는 범죄를 인정하고 감옥에서 생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유전자감식은 과연 유효한 방법일까? 유전자마저 변형해버리는 과학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채 DNA만 일치하면 범인으로 몰리는 과정은 한 번 짚어봐야 할 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미스터리의 형태를 띄면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법은 명확한 기준 아래 행해져야 하지만 그또한 억울한 일로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은 배심원제도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강한 느낌표를 던지게 한 책이었다. 열세번째 배심원 세상이 진실로부터 등 돌릴 때 마지막까지 믿는 그 정의라는 강렬한 문구가 돋보이는 책이다.




열세 번째 배심원

저자
아시베 다쿠 지음
출판사
디앤씨미디어 | 2014-01-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이 진실의 이름으로 등을 돌릴 때, 마지막까지 진심을 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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