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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눈먼 올빼미




요즘같은 시대에 노출제본으로 만든 책은 처음 보는 듯 싶다. 독특한 표지디자인과 내지는 연금술사만의 매력이다. 이란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사데크 헤다야트의 작품인 <눈먼 올빼미>는 표지만큼이나 매우 독특하고 난해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솔직히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한 건 아니다. "삶에는 서서히 고독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같은 오래된 상처가 있다."로 시작되는데 궤양같은 오래된 상처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어둠 속에서 안개가 짙게 깔린 느낌처럼 음울하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소설 중간엔 주인공의 시각에서 주변 상황을 묘사하고 독백하는 부분이 길게 나와서 집중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진도를 빼기가 조금 버겁다는 말이다. <눈먼 올빼미>는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아직 금서로 지정된 이 작품이 우리나라 최초로 연금술사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이란의 대표적인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보다 이란 작가가 쓴 소설을 읽은 것은 처음이라서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아마 두 번 읽으면 조금 이해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눈먼 올빼미>를 읽을 때마다 올컬러 올빼미가 나오는 삽화가 그나마 책을 읽을 때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자칫 건조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하나의 작품처럼 멋진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필통 뚜껑에 그림을 그리는 가난한 주인공에게 어느날 운명처럼 한 여인을 우연히 보게 된다. 작은 방의 나있는 환기구 사이로 서있는 여인은 마치 천사와도 같았고 매우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 여인이 나타날 때는 특이하게도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웅크리고 있는 노인과 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밀려올 쯤 그녀는 스스로 주인공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차가운 시신이 된다. 여기서 조금 야한 장면이 나오지만 작품 전개상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 장면은 조금 엽기적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도끼로 사지를 절단해서 가방에 넣는 장면이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의 시신을 훼손해서 급하게 처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가난한 주인공은 시신을 옮길 장비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도와줄 사람을 찾던 중 미리 알고 있기나 한 듯 노인은 기꺼이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도와준다. 차를 몰고 간 장소는 고대 도시의 유적지인데 그곳에 매장시킨다. 그 다음은 고대 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주인공으로 결혼한 아내가 계속 잠자리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혼한 사이지만 남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키스를 거부하고 잠자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다소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런 묘사를 허용하지 않을 듯 싶다. 아내는 변장한 노인과 사랑을 나누는데 명백히 외도를 벌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남자는 아내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책 말미에는 저자의 사진과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눈먼 올빼미>의 표지디자인이 실려있다. 표지디자인은 우리나라가 훨씬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책 속에 에 등장하는 인물을 화자로 삼아서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자유가 억압된 현실에서 저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방법이었을 것이다. 책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암울함도 저자에게 놓인 현실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역자의 말처럼 더 멀리, 더 깊이, 더 아프게 삶과 죽음이라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대면하게 되는 소설이다. 





눈먼 올빼미

저자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출판사
연금술사 | 2013-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고독한 필통 뚜껑 장식사가 벽에 비친 올빼미 모양의 자신의 그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