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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양춘단 대학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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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시작하는 <양춘단 대학 탐방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춘단은 남편 영일의 병을 고치는 데 보탬을 되고자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쓴 작가의 나이로 볼 때 사투리의 전면 등장과 대학교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은 꽤 참신한 시도이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내겐 통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청소부의 시각으로 본 대학은 예전에 자랑스레 달아준 상아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속물로 그득한 세상이다. 최근에 서울의 모 대학교에 강연을 들으려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꽤 오래전부터 공사가 끊이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건물을 짓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혜택보다는 멋드러진 건물을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모 대학에서는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시위가 있었는데 허리도 피기 어려운 휴게실과 고된 업무, 열악한 환경에 비해 낮은 월급 등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대부분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하다보니 이렇게 질 낮은 처우를 감내하라고 한다. 대학에서 청소부들을 직접 고용하고 더 넓은 휴게공간을 제공한다면 될 일인데 그 넓은 대학에서 몇 평을 청소부들을 위해 마련하기 그렇게 힘든 것일까?


이 책은 심각한 이런 담론들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간 책이다. 비만 오면 냄새가 나던 호수의 매몰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미화사업을 일환으로 나무 교각을 설치하고 그 가운데 팔각 정자를 세운 후 비단 잉어를 풀어놓으니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되어 이제는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학교 내에서는 큰 코끼리 상이 있었는데 주름까지 제대로 잡은 석상을 보며 석공이었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시작하는 청소부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백으로 쉬운 청소 구역을 배정받자 다른 미화원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주변 환경을 열악하기만 하다. 서울까지 상경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여전히 삭막하기만 하고 시골에서 올라오기 전에는 대학에 대한 동경과 배움을 기대했었지만 그 환상은 점점 철저하게 깨지고 부숴졌다. 우리나라 대학의 현재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은 학내의 온당한 목소리가 힘(권력) 앞에 거세당하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이라면 읽으면서 내 주변을 고민해보면 좋을 소설이다.




양춘단 대학 탐방기

저자
박지리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4-02-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문학의 기린아, 박지리를 주목하라 2010년 스물다섯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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