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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한권으로 읽는 정도전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때문인지 정도전을 다룬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조선개국공신이며 성리학 사상을 기반으로 한 조선의 틀을 만든 정도전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는 신권주의를 표방하고 백성을 기초한 나라를 건설하고자 한 민본주의자였으며 역성혁명을 기획하고 실행한 혁명가였다. 오백년간 지속된 고려가 점점 타락해져가는 모습을 보며 깨우친 바가 컸을 듯 싶다. 그래서 기존에 갖춰진 질서를 거부하였으며 귀양길에 떠나있는 동안 백성들이 어떻게 생활하며 생각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였다. 아마 이때쯤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야 생각과 사상이 바뀔 것이라며 역성혁명을 기획했을 것이다. 소설로 만나보는 정도전은 이미 역사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봐왔던 내용들이라 우리가 정도전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왕자의 난때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역적이라는 오명까지 받았던 그는 흥신대원권때 복원될 정도로 불운했던 인물이다. 


책은 참 재미있게 쓰여졌고 가독성도 좋다. 하지만 머리말에서 드러난 저자의 생각이 책이 본론에 접어들 때부터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소설에서 조금 벗어난 듯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기본적으로 생각한 바가 소설에서 정도전을 통해 또는 그가 주변인물을 묘사하며 바라보는 시선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면 이는 객관성을 담보로 한 역사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정도전의 위대함을 드러나기 위한 목적을 위한 소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모두가 정도전의 뜻에 동조하고 따른 것은 아니다. 아직 고려의 충신들이 남아있고 반대세력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정몽주, 이색같은 인물은 고려때 충신인데 정도전에 무척 호의적이었던 저자는 이들이 기득권 세력에 속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악하게 묘사해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정도전이 명석하고 조선의 로드맵을 만든 인물인 것은 알지만 그도 정치적 대의를 이루기 위해 그의 스승과 친구들을 내쳤고 죽음으로까지 내몰 정도의 잔인함도 갖고 있었다. 역사는 후대에 재해석될 여지가 있다지만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사료를 충분히 조사했더라면 편향된 시선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책 뒤에는 그 흔한 참고문헌없이 정도전의 연대표만 나열되었을 뿐이다. 


머리말에 세종대왕, 충무공 이순신, 박정희를 우리나라의 3대 성군이고 정도전은 이들의 면모를 다 가진 사람으로 묘사한 부분에선 마음 속으로 느낀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하필이면 근대사의 인물인 박정희를 세종대왕, 이순신과 같은 선상에 끼워넣을 수 있는지 저자의 생각이 참 궁금했다. 정도전이 이 세 사람의 면모를 다 가졌다면 이들의 어떤 점을 가졌는지기에 의도적으로 넣은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성종을 넣었다면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끼워맞춤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정도전 영웅만들기가 아닌 진정한 정도전을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본다. 하나의 왜곡된 인물묘사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와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역사 관련 책은 다방면으로 다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바로 객관성 확보를 통해 내가 알고 사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해내기 위해서다.




한권으로 읽는 정도전

저자
주치호 지음
출판사
씽크뱅크 | 2014-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베스트셀러 [서울은 지금 몇시인가]의 작가 주치호가 정도전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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