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는 성리학을 기조로 삼은 계급사회라서 과학 발전엔 큰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 세종때 집현전을 설치하고 장영실로 대표되는 수많은 실학자들이 발명품들을 쏟아내서 농업과 천문학에 큰 발전을 이뤘다는 정도가 알고 있는 전부다. 실제로 측우기, 자격루, 천문의는 농업이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고 더 많은 곡식이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선시대에 과학은 천대받지 않았을까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역사와 과학의 맞닿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하여 기록된 내용들을 토대로 한 주제에 대한 연관성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오로라가 등장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공기도 맑아서 밤하늘을 보면 은하수까지 다 보였을 시대인지라 실제로 관측되고 기록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 오로라를 한자로 적기 또는 기여화광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200여 회나 등장한다는데 우리나라에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중종실록에는 "밤에 동방·북방·남방에 불빛과 같은 기운이 있었다."고 묘사하고 있으며, 광해군일기에는 "밤 1경에 남서쪽에 불빛 같은 기운이 있었는데 3경과 4경에도 마찬가지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각은 밤 10시에서 새벽 3시 사이라고 한다. 이를 현대적 시점에서 살펴보는데 자북극 방향이 계속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과학실록>이라는 책 제목만 보면 우선 옛 역사의 기록물을 본다는 기대감이 가장 클 것 같다. 실록에 기록된 글 속에는 지금에 보면 놀랄만한 현상들이 관측되고 목격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이 집필되지 않았다면 후대에는 제한적으로 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가지를 혼합하여 넣으려고 한 점은 아쉽다. 물론 흥미롭게 쓰여지고 독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본래 취지에 맞게 과학과 관련된 내용만 취합해서 더 심도있게 써내려갔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그렇긴해도 역사적인 사실을 과학으로 연결지으려고 한 시도나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하고 묘한 사건들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점은 조선시대를 입체적으로 보게 해준다. 선대에 산 사람들이 어떤 지혜를 발휘하였는지 그들의 지식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대강 짐작해볼 수 있었다. 종종 동시대의 서양과 비교해보곤 하는데 그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대표라도 첨부했다면 더 풍부한 자료가 되었을 것 같다. 역시 역사를 다루는 책은 그것만으로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독자들에게 호기심 어린 재미를 안겨준다. 과학만을 발췌해서 한 권으로 책으로 엮은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었다.
[출처] 리뷰 [역사] 조선과학실록-이성규 (2014.04.15)|작성자 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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