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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이방인>이다. 근데 책 띠지에 적힌 말들이 도발적이다. 25년을 속아왔다니 그러면 지금까지의 번역은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라는 말인가? 오래 전에 <안네의 일기>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라 소개한 책을 읽으면서 원래 이렇게 두꺼웠었나 의아해했는데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적나라한 부분까지 있어서 삭제되었던 것이다. 번역은 제2의 문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원문이 다르게도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작가의 작품만을 담당하는 전문번역가도 있는데 누구보다 작가의 문학세계나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전 명작을 재번역 과정을 걸쳐서 다시 내놓는다는 건 심리적 부담이 큰 작업일 것이다. 원문을 읽으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냈는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사실 <이방인>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갖고 있다. 근데 번역의 오묘한 점은 같은 줄거리를 가진 번역서임에도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역자노트는 <이방인> 자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역자가 번역하는 동안 겪었을 고충이 이해가 되었다. 번역을 거치면서 단어 선택과 잘못 표현된 조사까지 바로잡는 과정은 완벽하게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이렇게 많은 분량을 역자노트에 할애했다는 것은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누락되었거나 인칭대명사의 차이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어투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음을 부연설명으로 달아두었다. 그래서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 삶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분위기 자체가 외롭다. 전혀 따뜻하지가 않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겪는 일들도 무미건조할 따름이다. 감정 자체를 극도로 자제한 듯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스스로 이방인의 삶을 추구한다. 무리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그는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무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요즘 같으면 자기방어로 인정되어 사형에 선고되지 않을텐데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 '뫼르소'는 타자에 의해 비도덕적인 인간이 된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뫼르소'에겐 빈껍데기 뿐인 인간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점을 카뮈는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수많은 번역서들을 서점에서 만난다. 하지만 정말 문장이 어색해서 읽기 거북한 책도 있는 반면 자연스럽게 읽히는 책도 있다. 번역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라서 이 책 이후에도 잘못 해석된 고전들이 재번역되어서 나왔으면 한다. 번역자가 책임감있게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 책들이기에 역자노트에서 기존 번역서와의 비교와 해석은 한번쯤 독자들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방인

저자
알베르 카뮈 지음
출판사
새움 | 2014-03-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새로운 〈이방인〉이 나왔다. 카뮈의 〈이방인〉이 전혀 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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