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것은 생각이 깨어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교육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찾아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다른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보고 왜 세상을 삐딱하게 보냐고 다그친다. 아웃사이더같은 존재로 낙인찍히며 까칠하다거나 성격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혀보면 우리가 배운 것,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생각이 나올리가 없다. 음악이나 예술을 제외하고는 우리 일상속에서의 모습은 매우 균일화되고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강요당한다. 튀지 않고 군중 속에 섞여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생각도 비슷비슷해진 것은 아닐까? 지금도 그렇지만 환승 지하철을 오가는 통로에서 기분 좋아지는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여기에 디스플레이 광고물이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누구나 음악이 나올 때 똑같이 춤춘다면 어떨지에 대한 상상은 내가 남들과 같지 않다는 만족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중에 나온 <삐딱해도 괜찮아>는 우리가 익히 읽어왔던 문학작품부터 영화, 전래동화까지 저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책이다. 보다가 피식거리기도 하고 앗! 그럴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흥겹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여자친구나 학교친구가 들려주는 것처럼 여성만의 감수성으로 녹여내었다. 우선 내용이 무겁지 않아서 좋다. 각각의 작품들을 가볍고 신나게 읽을 수 있어서 읽는 부담도 없다. 누구나 똑같은 작품을 읽어도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다르게 내리듯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고나면 깨달음을 뒤늦게 밀려온다. 저자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데 정작 나는 내 생각을 투영하여 해석을 내리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그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오인하여 묵인한 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는지. 저자는 내 편견을 깨주는 책과 세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려주는 역사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뜻인데 이는 하루라도 책을 읽으면서 자기 성찰을 하지 않으면 남을 헐뜯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책을 읽게 되면 세상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을 잡아준다. 그리고 52편의 이야기를 마치는 맺음말에는 저자가 도움을 받은 책과 강력추천하는 책들이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을 듯 싶다. 마치 메타북을 읽다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처럼 독서의 편식하지 않고 두루두루 읽어볼 일이다.
독자중에 인문학을 색다른 시점에서 읽고 공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삐딱해도 괜찮아>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마다 의문점을 갖고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똑같은 생각만을 강요하는 현재 프레임에 손을 번쩍 든 저자처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자. 그건 삐딱한 것이 아니라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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