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대형참사가 되버린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모든 법체계와 질서, 절차들이 무시되고 무너져버린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사건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을 받을 때 과연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분노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세월호 사건이 던지 사회를 향한 경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문화, 스포츠 전반에 걸쳐서 집단주의의 병폐와 부도덕한 만행, 부정부폐, 오만하고 뻔뻔한 거짓말, 책임회피 및 책임전가, 관료주의에 따른 나태함 등 우리가 듣는 소식들은 암울하기만 하다.
저자는 철학적인 시선으로 한국사회의 분노를 짚어본다. 꽤 의미있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독재정권에서 유독 반공사상을 강조하고 백의 민족이라는 민족정신을 교육시킨데에는 한국인의 집단 정체성을 강화시켜 집단주의와 권위주의에 잠식되고 강화된 세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집단주의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단순히 독재정권의 군대와 폭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한 체제를 지탱하는 데는 강력한 정신적 토대 역시 필요했는데, 그것이 민족과 반공이었다. 국민들이 자신이 모두 같은 한 민족의 일원이라는 믿음으로 집단적 체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순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국가의 성장과 발전은 곧 자신의 기쁨이었으며, 실제로도 눈에 띄는 혜택이 돌아오기도 했다." - p.65
오늘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노예제도나 인종차별을 비난하면서도 동남아, 중국, 만주에서 온 근로자나 국제결혼으로 온 여자들에 향한 편견과 사회적인 시선을 얼마나 차가운가? 이런 이중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집단주의에 가려진 한 민족이라는 그릇된 믿음때문이다. 이미 한민족이 아니라는 학계의 발표나 근거자료가 남아있음에도 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말이 한민족이라는 개념이다. 이들은 소위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위험하고 더러운 기피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는 커녕 월급을 때이거나 부당한 처사를 당하다 불법체류자로 분류되어 추방당한다. 집단주의라는 것은 가면 속에 자신을 표출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이 되버리면 옳지 않은 일임에도 매우 위험한 일이 되버린다.
겨우 200페이지 남짓 되는 적은 분량임에도 분노의 다양한 형태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짚어봄으로써 건전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가져보게 된다. 윤리와 원칙은 지켜질 수 있을까? 묻지마 범죄나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는 자신이 억울하고 부당하게 당한 것을 세상에 알리거나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표출시키는 것은 아닐까? 숭례문 화재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도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사람의 대표적인 사례다. 불붙듯 번지는 분노를 삭히게 만들려면 책임을 가진 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시스템 개혁, 막말차단과 함께 진정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야한다. 아직 여기에 쓰지 못한 글들도 많다. 내가 법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공권력의 희생자가 되거나 아무도 내 목소리에 귀담아듣지 않을 때 분노하게 된다. 개인적인 분노와 사회적인 분노는 각각 다르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되짚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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