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테마로 한 길 위에서 배운 말인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여행작가로 몇 권의 책을 썼던 변종모 작가의 신작이다. 여행 서적이 가진 공통점은 해외에서 찍은 멋들어진 사진과 감수성 높은 글이 많다는 점이다. 단순히 여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 보다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동경심과 여유로움으로 인해 감성에만 기댄 느낌이 없잖아 있다. 여행은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성찰의 시간일텐데 내가 경험한 것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에 가슴에 남는 여행관련 에세이는 몇 권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제를 잘 선정하고 테마를 잡을 때도 독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편집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에 기댄 내 관점은 작가의 눈을 통해 무언가를 마음에 심어둘 수 있지 않을까였다. 도입부는 사진과 시 또는 메모를 채워넣고 본문은 단어와 관련된 주제를 풀어냈다.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를 넘나들며 수많은 지역을 정처없이 혼자 여행을 다닌 작가는 사진과 글로 남겼지만 홀로 낯선 모든 것과 마주해야 했기에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그 외로움. 그 외로움이 비춰지는 건 아마도 현실과 분리된 듯한 자유로움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걸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념들이 쌓여 비로소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로 혼자 여행을 떠날 때가 많은데 오가는 발걸음 사이에 생각할 시간들이 많다. 머릿속에는 온전히 그 날들의 기억들이 남아있고 뚜렷하게 걸어온 시간을 되살려내게 한다. 다만 누군가와 나눈 대화가 없기에 사진으로 대신할 때가 많다. 그가 남긴 글들은 감성적이어서 비오는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향을 맡으며 천천히 읽기에 좋을 책이다. 글도 글이지만 우선 그가 찍은 사진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의 풍경은 이질감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린다. 언제가 여행을 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거리에서, 길 위에서 어떤 말들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딜가나 똑같다고 하는데 내 터전이 되어 살아가는 곳이 아닌 거리는 여전히 객(客)처럼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거리감을 두고 바라다보면 주관적인 감정이 스며들어올 때가 있다. 한 때 내가 지나갔던 곳 언저리마다 뼈가 되고 삶이 되는 말들을 주워담고 싶다. 작가가 보고 느낀 감성처럼 길을 걸으며 세상의 다양한 삶을 편린들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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