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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정신병동이 주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람을 치유하기 위한 곳이어야 하는데 누군가 악감정으로 집어넣으면 벗어나기 힘든 감옥과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정신병동은 일반 요양시설과 다를바가 없다. 매주 밀레나는 헤닝스 박사에게 상담을 받는데 상담을 받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솔직하게 속마음을 토로함으로써 계속 입원해야 할 지 아니면 퇴원해도 되는지 결정짓는 것이다. 그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만난 클라라와 같은 우울증 겪고 있는 사슴인형같은 카타리나 그리고 식당에서 카타리나의 소개로 알게 된 트렌스섹슈얼인 론, 다중인격을 지닌 마리아까지 어떻게보면 겉은 멀쩡해보여도 속은 병들고 있는 현대인들의 문제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밀레나 또한 누가봐도 부러워할한 여성이다. 탄탄한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이 두 배나 올랐고 그의 곁에 멋진 남자친구가 있다. 또한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예쁜 집에 단독으로 산다. 근데 그에게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온다. 머리가 멍하고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일도 할 수 없게 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된 채 그녀는 마치 쥐가 난 것처럼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는 상태에서 그녀는 정신병동으로 오게 된 것이다.


정신병동에서 겪은 8주 동안 밀레나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자살 시도까지 생각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이성적이고 침착하다. 진정한 자신의 행복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8주간의 기록은 분명 그녀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입원 중에 밀레나는 가족상담 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가족을 만나면서 정말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건지, 정말 행복한건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겪는 증상 중 하나인 우울증에 관한 책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에 걸리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마음의 상처로 아파한다. 밀레나는 스스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기로 선택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8주라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몹시도 바쁜 일상생활을 살고 있는 우리 도시인들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 안에 내가 없고, 전혀 행복하지 않은 내 모습들이 있다. 책마다 빛나는 문장들이 있는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은 어떤 심리학 책보다도 훌륭한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그렇게 느닷없이 갑자기 찾아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이제부터라도 내 안의 목소리에 귀담아듣고 내 자신을 먼저 챙겨야겠다. 내가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저자
에바 로만 지음
출판사
박하 | 2014-04-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유혹, 잡고 있던 끝을 놓고 싶은 유혹,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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