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7개 지역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우리 사회는 진보를 좌파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에도 이데올로기라는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건강한 것일까? 학교 내 인성교육이 무너지고 점수가 진리이며,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지상목표인 현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될 리 없다. 항상 선진국형 교육을 부러워만 하면서도 왜 바뀌지 않은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비로소 수긍할 수 있었다. 교육부와 교육청 공무원까지 뿌리깊게 박혀있는 관료주의가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법령지침과 정책사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로 엄청난 공문을 뿌린다고 한다. 이러니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행정중심의 학교체제로 전이되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관료제 아래에서는 어떤 교육철학도 자발적인 학습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아이들은 계속 병들어가고 있다. 이 책은 최초의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쓴 책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곰곰히 성찰해볼만한 책이다. 무턱대로 진보라고 해서 책 안에 든 내용도 읽어보지 않고 비판만 하는 것보다는 뼈대와 줄기를 파악하여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임기간 동안 바꿀려고 노력한 흔적들과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머릿말부터 평소 느껴왔던 바가 일치하여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내가 물려받은 공교육>은 교육감으로 재임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문제점을 들춰낸다. 오체불만족 공교육이라는 기가막힌 이름으로 표현하였는데 세계대회에서는 항상 1등을 차지하지만 실제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만족도는 밑바닥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느라 그 나이에 느낄 행복, 자유, 호기심은 온데간데 없이 학교와 학원 셔틀을 반복하면서 선행학습을 해야하고 방학때는 영어유학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아이의 지적수준과 재능은 뒷전이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찾는 여정보다는 부모님이 지정한 대학교와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 내내 목메달아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수능점수로 판가름나고 마치 서울대에 들어가면 성공가도가 펼쳐질 것처럼 과대포장되어 아이들의 행복권을 박탈하고 입시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과열된 사교육 시장과 성공에 이르는 비좁은 길을 가기위해 오늘도 잠을 줄여가며 밤을 지새우고 있는가? 오래전부터 이건 교육이 아니라 死育이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다. 점수보다는 옆 친구를 생각할 줄 알며, 인성과 도덕이 바른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식, 공동체 정신, 협력과 희생이 강조되는 그런 교육을 통해 협동심을 기르고 건전한 정신을 말 그대로 함양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이를 집행하는 교육부, 교육청 공무원들간의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한동안 체벌금지로 인한 논란이 많았는데 결론은 교사들에 의해 자행되는 체벌은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폭력 앞에 무감각해지게 한다는 점이다. 권력을 쥔 자는 힘의 논리로 폭력이 합법화되고 이는 곧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교육행정의 새 표준 향하여>에서는 교육감으로서의 그의 업무와 새 표준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들을 수 있고, <성찰과 제언>은 그가 교육감으로 재임하면서 실현시키지 못했던 것이나 다음 교육감은 실행에 옮겨졌으면 하는 내용을 짤막하게 담아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무언가를 바뀌기 할 수 있는 건 헌신적인 교사를 비롯한 행정적인 뒷받침도 있어야겠지만 교육감의 역할이 무엇보다 큰 것 같다. 교육감에 따라 교육의 질이나 방향이 달라지는 점은 개선해야겠지만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는 진보나 보수를 가릴 일은 아닌 듯 싶다. 매년 바뀌는 수능전형에 회의감을 느끼고 주입식 암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배워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싶은데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 것 같다. 이번에 교육감으로 선정된 분들이 바로잡아서 부모와 학생이 행복한 교육이 되도록 일조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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