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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오랜만에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읽은 바로는 역시 삶을 가까이서 다룬 줄거리가 매우 큰 흡입력을 주고 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의 삶을 현실감있게 그려낸 인상적인 소설로 이 책을 쓴 저자인 최지월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인물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어서 마치 드라마의 각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긴 하지만 적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 그 당시로 돌아간 흐름은 자연스러워서 드라마스페셜로 다뤄져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퇴역군인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버지, 언니인 소희는 결혼 후 호주로 이민가서 잘 살고 있고, 동생인 은희는 물신양면으로 밀어준 덕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자 화자는 둘째딸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홀로 아버지를 챙기면서 자신의 본업에도 충실하고자 한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전개에선 어떤 과장이나 우연이 없고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원주라는 지역을 주무대로 자세히 설명하기도 하는데 군사시설이 밀집한 곳이라 아버지의 퇴역군인이라는 설정이 잘 맞아떨어진다. 역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있는 부분을 쓰기 때문에 이야기가 매끄러웠던 것 같다. 가족은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지 가까이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몇 일만 떨어져 있어도 그 부재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 남은 가족 중 하나는 그 빈자리를 메꿔야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어야 한다. 근데 실질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주인공이 전부인 것 같다. 언니인 소희는 해외에 살기 때문에 늘 붙어있을 수 없고, 동생인 은희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로 늘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꽤 지났음에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고 별 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하고 가장 기본적으로만 갖출려고 한다. 장례절차부터 비용까지 상세하게 씌여져 있어서 현실에서 닥친다면 이들과 같을지도 모를 것 같았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고 작가의 첫 장편소설임에도 안정적인 흐름과 많은 생각이 교차하면서 만약 나라면 이라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늘 죽음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겪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만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믿지만 이 소설은 현실 속에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살지만 때로는 이별도 삶의 한 부분이라는 걸 모른 채 지나친다. 죽음 이후의 삶도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일이다. 최근 수많은 사람들의 사망소식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상실의 시간들

저자
최지월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4-07-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5천만원 고료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죽음 이후에도,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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