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올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 200여명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이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혀 바다에 수장되었고, 우리에게 친근한 연예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현재의 삶과 분리된 세계다. 죽음을 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겁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놓게 된다. 얼마전에 참가한 생명사랑 밤길걷기 대회에 참가하여 밤새 걸으며 힘들었지만 37분마다 1명씩 자살한다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즘 이런저런 문제와 연결된 듯한 이 책은 주로 강상중(저자, 대학교수) 교수와 대학생 간의 이메일 서신으로 오가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판기념 사인회에서 저자는 한 대학생으로부터 봉투에 넣은 편지를 받게 된다. 2부로 나뉘는 이 내용들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죽음을 성찰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에게 죽음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듯 해도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죽음이 언제든 찾아오리란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는데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가가 그 사회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근데 정작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풍조는 없을까? 몇 주전에 한 지하철역에서 80대 노인이 지하철을 타려다가 전동차와 스크린 도어에 끼여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도 그 노인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건지 어느 승객은 출발이 정채되자 "빨리 출발하라"고 했다던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정확하게는 우린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죽음도 일상이 되버리는 듯 별 느낌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무던한 사람이 되버렸다. 저자가 겪었다는 동일본대지진에서 2~3만명이 죽었다고 한다. 죽음 앞에 사람은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 인간은 초라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 또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집단 무기력증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허탈함과 분노를 넘어 가슴 아프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에 관한 성찰을 진지하게 되묻는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마음에 짙게 드리운 상처로부터도 벗어났으면 좋겠다. 잔잔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이 소설은 우리에게 먼저 떠난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고 남겨야 하는지를 서신 형식의 글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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