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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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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은 육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다 저 멀리 수평선에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은 상념에 빠져있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인 표지다. 누군가는 자연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이 거대한 물방울 행성에 작은 존재로써 울적함을 달래기 위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몇 일전 바라본 바다의 낙조는 명멸해가는 아름다움의 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안경을 쓴데다 물에서 헤엄치는데 서툰 내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워터파크에서도 물에 깊이 빠져들면 정신이 없다. 바다에 대한 기억은 그저 이동수단이나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낚시를 잠시 즐긴 것밖에는 없다. 실제로 바닷사람들의 생활을 겪어보거나 이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지는 텔리비전을 통해서 볼 뿐이었다.


제목을 보아하니 바다와 술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실제로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부가 많은데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고단한 삶을 술로 달래고 이겨내며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 바로 술이라는 것이다. 밥상이 아닌 술상을 더 많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친 그들이 생활이 다듬어지지 않은 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그 표현들을 날 것으로 받아들이기엔 거북하기도 하다. 적나라한 성적인 은유들이 난무하고 그 표현들이 물 흐르듯 당연하게 흘러나오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었다. 아마 난 바다만 계속 바라만보면서 생활해야 한다면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듯 싶다. 수평선보다 지평선이 더 안정적인 이유는 흔들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가 고독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쓰이는 까닭은 밤낮의 변화 외에는 그저 말없이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상에서 바라볼 때는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는데 술을 잘 마시지 않은 나로써는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작가가 느끼고 만났던 모든 순간들은 우리를 대신해 그들과 같이 울어주고 외로움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 푸른 물방울 행성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저자
한창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1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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