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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를 들으면 조건반사적으로 나오는 작품이 바로 <장미의 이름>인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사회비평서 혹은 인문서에 가까운 책이다. 그럼에도 그의 필체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 사회에 대한 중요한 담론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고 있다. 그간 세미나와 회의에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서 주제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었고, 이는 우리에겐 익숙한 형태라서 오히려 그가 가진 생각을 읽기에는 좋았다. 책의 주제이기도 하며, 책을 펼쳐들면 제일 먼저 읽게 되는 주제인 '적을 만들다'는 그가 우연히 택시를 타다가 파키스타인으로부터 받은 질문 중 '누가 우리의 적이냐?'는 집요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사적인 관점에서 외세에 맞서 싸워야했던 그 적 뿐만 아니라 내부를 결집하기 위해 일부러 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누군가 증오할만한 적을 대상으로 몰아 자신들의 주장이나 생각을 관철시킬려고 했다. 


대표적으로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유대말살정책, 노예제도을 들 수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는 더욱 포괄적으로 적을 포함시키고 있다. 철학이나 문학, 정치 등 인간이 만들어놓은 모든 분야게 걸쳐서 항상 적은 존재했었고 현재도 여전히 나와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 집단을 적으로 규정해놓고 적대적으로 맞선다. 고로 현재 진행형이며, 인류 문명이 존재하는 한 적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면 확실하게 증명된 부분이 많다. 내부의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선 적을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이고 손실이 적은 방법도 없을 것 같다. 한순간의 이슈를 뒤바꿀 수도 있으며, 권력자들이 원하는대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을 세울 때도 더욱 탄력을 받아 추진할 수 있다. 그의 날카롭고 촌철살인같은 문구는 다시금 글을 곱씹어보게 한다. 


그의 폭넓은 지식에 감탄하며 시간을 내어 한 문장 한 문장 정독해서 읽을만한 가치가 다분한 책이다.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움베르토 에코가 던지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아무리 그의 작품이 유명하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그의 글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읽게 되었고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모든 주제들이 쉽게 읽을만한 글을 아니었지만 생각해볼만한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적을 만들다

저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09-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맞설 상대가 필요하다. 우리의 정체성과 그 가치를 위해!"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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