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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총의 울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개화기때 범 사냥꾼을 등장시켜, 화승총과 염초공방에 대한 부분부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까지 서사적인 부분을 다룬 역사소설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를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글을 쓸 때 어휘에 관심있는 나로써는 순우리말이 이처럼 실하게 나온 책을 읽어서 매우 신선했다. 건질만한 문장들이 참으로 많았고, 책을 읽는 재미와 함께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피부 가까이 느끼게 해주었다. 19세기 말에도 화승총이라는 총이 존재했지만 한국산 염초는 그 질이 좋지 않고 불발될 여지가 높아 범 사냥꾼들은 값비싼 왜산이나 중국산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선대에서 정치적인 이유에 밀려 억울하게 회령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그 지역에 정착해서 살고 있던 허 초시는 물심양면으로 포수를 돕고 화승총의 탄알인 염초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검댕화약을 자체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었다. 염초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회령 도호부의 부사는 곧바로 허 초시의 염초 정제와 관련된 사정을 상세히 적어 조정에 올렸고 훈련도감에도 상신하게 되었는데 이에 감탄한 조정에서는 허 초시를 염초장으로 보임하고 화약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경비를 충분히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1년 내내 염초를 생산할 수 있는 번듯한 염초공방이 세워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선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오는데 역사소설의 매력은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실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독자들은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과거에 있음직한 이야기라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범 포수에 관한 예화에서부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처럼 외부세력과 맞선 이들의 이야기까지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추후에라도 장편 역사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손색없을만큼 고증도 잘 거쳤고 무엇보다 민초들의 피폐한 삶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어린 나이에 기구한 삶을 살아온 복길이(정복길)과 화마에 휩싸여 친척과 아리따운 아내 그리고 갓 나은 아들까지 모두 잃은 국내 제일의 범포수 강계 포수 이강억, 염초공방을 세웠고 강계 포수 이강억과 불알친구인 허 초시로 불리우는 허민석까지 각각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책을 읽는내내 얽히고 설킨 이들의 관계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화승총을 소재로 한 책을 읽은 적도 없고 개화기를 배경으로 우리가 잘못 알았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짚어 본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책이다.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도 몰라도 문장이 섬세하고 때로는 집요하게 파고들어 역사적인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내공이 상당했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또한 매끄러웠다. 풍부하게 녹아있는 언어의 넉넉함이 더 많은 상상의 여지를 넓혀주고 있으며, 조선의 범 포수라는 존재를 소설로써 다시 재현해내었다. 


외세에 맞서 항변하였던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사건을 돌아보면서 새롭게 역사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비록 그들에 비하여 화력이나 조밀도에서 열세에 밀릴 수 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역사가 생생하게 그려져서 국사 책에는 표피적인 부분만 낮게 그려진 사건들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역사란 미화나 각색이 아닌 뼈아픈 역사라도 진실되게 그대로 그려낸 사실을 바탕으로 이해될 때 참된 역사가 아닐까 싶다. 강화도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우리들에게 역사적 교훈과 많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들려준 책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그 중심에는 어재연 장군이 있었으며, 그가 전체를 통솔하고 지휘한 덕분에 외세를 물리칠 수 있었다. 부록으로 실린 다양한 종류의 총통과 화승총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실제 화승총 사진도 실려 있다. 누구나 꼭 읽어보길 바라는 역사소설로 강력추천하는 책이다. 




총의 울음(상)

저자
손상익 지음
출판사
박이정 | 2014-09-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다시 써야 마땅한 대한민국의 개화기 역사저자 손상익은 기자 출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