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평론집 형태로 나온다는 것만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담긴 철학적 메세지와 담론들이 얼마나 크기에 그런지 궁금했었다. 저자가 그랬듯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TV 방영분과 극장판을 모두 봤었지만 재미로만 봤을 뿐 저자만큼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와 비견될만한 작품으로 떠오르는 건 <은하영웅전설>인데 본편(110편), 외전(68편), 극장판까지 모두 다 봤을 정도로 매우 인상깊은 애니메이션이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나면 애니메이션에 철학적인 메세지가 들어가게 되면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도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제작이 붐을 일고 있는데 소재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메세지가 많은 공감을 불어 일으키기 때문이다. 처음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특이했던 것은 신지가 에바에 탑승한 뒤 폭주하면서 사도들을 물리치는 장면이었다. 일반적으로 로봇만화영화인데 수많은 블로거들의 분석을 보면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복잡한 세계관을 가졌다는 점이다.
가족, 성, 종교, 관계 맺기, 사이보그의 정체성, 생명, 윤회라는 담론들이 모두 녹여들어 있다. 게다가 20년전에 나온 TV 시리즈인데 지금까지 극장판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야 신세기 에반게리온 14권으로 만화는 완결을 지었다. 대단한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26부작 TV 시리즈에 모든 주요 줄거리들이 담겨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내용을 이해하기엔 적합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이 애니메이션을 분석한 사람들을 보며 연신 감탄하게 되는데 AT필드의 정체와 사도의 정체, 주인공인 신지 뿐만 아니라 TV와 극장판에 나온 주요 등장인물인 레이, 미사토, 아스카 등에 대한 작가의 해설로 인해 더욱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졌다. 그냥 단순히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작가가 철저하게 준비한 자료를 책으로 엮었을 뿐인데 460페이지에 이르는 두께를 보며 놀랐고 또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에반게리온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 필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만화로 인해 단숨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떠오른 안노 히데아키는 이 애니메이션에 창세기와 성서 외경을 포함한 기독교적 상징들을 나열하였다는데 그의 상상력과 작가적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준다. 이를 애니메이션에 녹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텐데 이 에반게리온은 '포스트모던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고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지의 역할이 컸을 듯 싶다. 정신적인 갈등과 인간적인 고뇌, 아버지와의 풀리지 않은 관계 등 복잡한 내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도 인문학과 만나면 훌륭한 결과물로써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기 애반게리온>이 생각날 때면 애니메이션을 보며 두고두고 해설지처럼 읽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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