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다녀온 곳에 대한 기억들은 무엇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 꽤 많은 곳을 다녀왔고 사진으로 모두 남겨두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해외로 나가 장기간 여행을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곳을 여행했다는 뿌듯함이나 예기치 않은 일로 고생했던 기억들도 고스란히 책 속의 기록으로 적혀있었다. 그렇게 여행관련 서적만 수십권을 읽었는데 인상적이었던 책은 몇 권이 안된다. 마치 여행 잡지를 읽듯 한 번 읽고나면 그만인 책들이 많아서 어떤 깨달음이나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하지만 여행 도서도 인문학과 만나거나 작가의 통찰력이 깊게 베어있으면 옆에 두고 계속 읽고 싶어지는 깊이감있는 책이 되버린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일정한 거리감을 둔 채 내 자신을 객관화시키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나의 여행 이력서>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저자가 다닌 나라는 참 다양하다. 아메리카를 제외한 대륙은 다 밟은 것 같다. 그 나라를 열거하면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유럽, 아프리카로 각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쓴 책이다.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책으로 읽을 때와는 달리 직접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직접 발로 밟고 눈으로 바라볼 때의 감동은 다르다는 것을. 방송에서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짧은 시간을 여행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했는지. 저자를 따라서 또 한 번 그 나라의 모습을 그려내본다. 작가도 그랬겠지만 해외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단지 관광지를 둘러보고 유흥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나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깨닫는데 있다.특히 베트남은 아픔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다. 월남 파병한 한국군이나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갔던 남자들은 그 곳에서 현지처와 결혼해 아이를 낳지만 가정생활을 그닥 중요하지 않은 듯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데 무책임과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기 위한 퍼즐 조각이었다는 인터뷰를 읽으니 다시 한 번 여행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여행이 아닌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곳에서 자신을 찾는 일도 필요하리라 본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들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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