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사회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받은 한 해로 기억될 듯 싶다. 누구도 지켜주지 못한 세월호 사건에서 수장된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로 인해 몇 달간 커다란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은 더욱 울적하게 만들었고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곰곰하게 생각해본 시기였다. 이 책은 개인적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나를 위로하는 글로 채워진 책이다. 책 표지가 마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라 마음이 짠한데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갑자기 공허해질 때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온 세상의 아픔을 짊어진 듯 쓸쓸함이 밀려오거나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건지 괜한 걱정이 마음을 두드릴 때 이런 책이 필요하다. 천 쉐핑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는데 중국에서는 영혼을 따뜻하게 만드는 힐링서적의 작가이자 편집자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마음이 허할 때 따뜻하게 채워줄만큼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를 목차로 삼은 것도 독특하지만 예쁜 디자인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저마다의 에피소드마다 사연이 제각각이었고, 마치 우리 주변에서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다. 사랑이라는 건 무엇인지 내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들의 소소한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자신이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도에서 목욕하도록 먼저 욕실을 쓴다는 사연도 애틋하다. 최소 1~2℃를 올려줄 수 있기에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런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어떤 비싼 명품보다도 더 소중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될테니 말이다.
여전히 우리들은 이 세상을 바쁘게 살아간다. 마음에 여유조차 없으니 내면을 돌볼 겨를도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감성은 허락되지 않는다. 계산이 빠른 이 시대에 여기에 나온 사연들은 비현실적으로까지 들린다. 지금 누가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넘겨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라는 건 그리 거창한 곳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나의 나됨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은 바로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다.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바로 그 힘든 순간을 버티고 이겨냈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에 따뜻한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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