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현역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로써는 마흔살이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책까지 낸 조경규라는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본인이 CEO로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아니면 마흔을 넘겨서까지 활동하기 쉽지 않은데 저자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아빠로서 여전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많은 작품들을 작업하고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영역도 광범위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그래픽, 일러스트 작업 뿐만 아니라 캐릭터, CD 표지, 홈페이지를 만드는 웹디자인까지 그가 만든 작품은 이 책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양장본인데다 판형이 큰데 조금 고전적인 표지와는 다르게 어떤 작품은 동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에서 B급 감성이 느껴진다.
어릴 적에 주사위 놀이를 하면서 많은 놀이를 해왔지만 이 책에서 뱀주사위 놀이를 만날 줄은 몰랐다. 완전 80년대 느낌 그대로였고 지금이라도 주사위 놀이를 해보고 싶어진다. 일러스트에 강하니 캐릭터를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재능이 부러웠다. 화려하게 잘 그린 작품보다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고 8~9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잠시 아련해지는 기분이다.
유난히 딱지 그림이 많은데 이렇게도 조합시킬 수 있다는 점이 색달랐다. 나름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 역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자신만의 캐릭터나 감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조경규씨는 유독 뮤지션과의 협업을 이룬 작품들이 많다. 그들의 CD 자켓 뿐만 아니라 홍보 포스터까지 직접 그렸고 독특하게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오래 전 문방구에서 들춰봤던 캐릭터들을 끄집어내었다는 점이다.
무(無) 스타일을 고집한다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였고,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한 것이다. 글을 읽기 보다는 작품감상하다가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떄 느낌은 어떨까? 지금 디자이너로 진로를 잡은 학생들이나 취준생들이 많을텐데 그들은 이런 작품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지 아니면 한숨을 쉬며 자괴감에 빠질지는 모르겠다. 태생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그나마 잘 풀린 케이스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구축되어서 분명 잘하는 무기가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요구조건을 유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동종업계에 있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선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저 부럽기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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