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유전학, 심리학으로 읽는 기질, 양육, 애착과 신뢰,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는 비정상적인 영역에서 본 정상이라 지칭하던 과학의 다른 얼굴을 들여다보기 위한 목적을 가진 책이기에 제목을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이라고 지었다. 비정상이라 분류되는 증상들이 정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결과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상의 기준조차 애매모호한데 그 반대편을 비정상으로 규정해놓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만한 책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뚜렷한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상황들이 존재하기 떄문에 이 책의 부제는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전문용어를 제외하고는 풍부한 사례와 간결한 문체 덕에 막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의학과 심리학, 생물학과 관련된 내용들이다보니 간혹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사회면이나 방송에서 보면 간혹 신종 질병이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으로 알린 질병들이 있다. 번아웃 증후군, 결정장애 증후군, 게임중독증이 대표적인데 이건 고도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이 받는 압박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풀어버리느냐에 따라 다른데 과연 이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며 이 질병을 앓고 있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비정상적이라기 보단 사회가 만든 산출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제는 한 두가지 일만 잘해서는 안된다.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한 사람이 역할 수행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져버렸다. 그래서 늘 바쁘지만 쉴 틈이 없기 때문에 멍해지는 증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결정장애 증후군도 마찬가지로 요즘은 매우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딱 내가 원하는 상품을 고르기 애매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누군가 편하게 내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근데 결정장애 증후군을 겪고 있는 일이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고 정신없이 바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중독은 심하면 안 좋겠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시간들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예민하던 신경을 내려놓을 수 있고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그렇다면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자이다. 비정상으로 규정짓지만 무엇이 정상이라는 기준에 부합한 지 역으로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큰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과 심리학, 과학의 도움으로 변화될 수 있다. 즉, 마음만 먹으면 조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읽어본다면 인간을 뇌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간을 내어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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