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내내 공감이 많이 되었던 소설이다. 잠깐이기는 했지만 몇 개월을 알바로만 생활하며 버텨야 하는 때가 있었다. 막상 알바를 해보니 월로 따지면 정말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인데도 불구하고 그 돈이 아니면 생활 자체에서 어려움이 닥치다보니 나중에는 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정말 알바만으로 산다는 건 힘든 일이거니와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 알바 몇 개를 시간타임으로 쪼개서 한다면 모를까 문제는 관리비, 세금과 식비였다. 정기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고려해서 생활해야 하니 더더욱 아끼게 될 수밖에 없고 외식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하기 힘든 사치다. 그래서 로민, 로라 가족의 상황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하는 직원이 몇 달 밀릴만큼 상황이 힘들다. 책상을 판매할 때 다른 업체에서 비슷한 책상을 1+1 행사를 하는 바람에 환불을 요구하며 반품하는 책상들이 택배에 실려 거의 파손된 채 실려오고,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게 되었다. 어머니는 한 때 고객만족센터에서 판매원들의 태도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접수시킬 정도로 까탈스러운 고객이었지만 마트 계산원으로 알바를 하고, 로라는 한 때 리뷰왕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수백개의 제품을 받아 리뷰만 올리고 거의 쓰지 않은 채 환불하는 일을 반복한 결과 백화점들로부터 차단한다는 내용증명을 받고 절망한다. 일종의 체리피커라고 하는데 이제는 친구인 주리를 따라 로라로라 스포츠센터에서 수질검사요원으로 알바를 한다. 로민은 로라의 오빠로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아야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겹친다. 어머니와 로라는 소비자 입장에 있을 떄는 갑 행세하며 불만이 관철될 때까지 집요했지만 알바로 일하게 된다는 점과 아버지는 판매자의 입장으로 고객들의 환불 요구와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매 운동까지 하겠다는 댓글을 보며 어이없어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묘사가 좋았다.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들은 여느 가족의 얘기처럼 현실감있게 들린다. 당장 관리비 낼 돈이 없어 전전긍긍한다거나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과연 이들에게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는 얘기들을 우리는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많이 본 장면들이다. 노동 능력은 있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대학생 신분이기에 우선 졸업을 해야 했고,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점관리와 매 학기마다 지출할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알바로 살아간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참 웃프게 들릴만한 내용들이다. 가족에게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던 저금리의 A 캐피털 대출금은 사실 엄마를 해고시킨 A마트, 아버지가 증오하는 홈쇼핑 회사, 로라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백화점과 편의점의 대주주였던 것이다. 이들은 결국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쳐진 A 캐피털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소설은 결혼 25주년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환하게 웃은 채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하며 함께 케이크를 먹는 장면에서 끝나지만 왠지 가슴이 짠하고 묵직해진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인 이 시대를 비판하면서 농담같은 이야기들을 흘리는 소설 전개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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