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집 교수의 책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이 책도 인문학과 역사를 결합하여 지적으로 흥미롭고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사실 융합이라는 말이 거슬리긴 하다. 창조, 융합이라는 단어조차도 뭔가 잡히는 실체는 없는데 그럴듯하게 포장해낸듯한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의 고유 학문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결합시키고 연결을 짓다보면 예전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요점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일텐데 이 책은 그래도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파고들어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줘서 좋았다. 생각의 확장은 한층 유연하게 다각도로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세상이라는 바다에는 저마다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며 공존한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옳다고 여기기 떄문에 그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지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할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합의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의 논리가 아닌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방식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창조나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환경과 여건이 보장받아야 하며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지 않아야 한다.
저자도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인데 물질적 풍요가 비민주성과 비인격성을 덮어버렸으며, 창조와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 갇힌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오직 속도와 효율만이 전부였던 시대에는 개인의 생각이 자리잡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러니하다. 대학에서는 기초 학문인 인문학을 폐강하면서 죽이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요 몇 년전부터 인문학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다 융합의 시대라며 슬로건과 문구는 화려하지만 그닥 내 삶에 견주어보면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창조적이지도 않고 남의 생각을 존중하거나 존중받기에는 서로 미숙하다. 주입식 교육환경과 강압적인 편견의 이데올리기라는 판타지 속에서는 창조라는 말은 겉도는 단어에 불과하다. 자기 통제와 검열을 거친 사고는 타인이 싫어할 말들이 정제된 채 포장되어 나온다.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늘려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출할 수 있고, 누구의 통제나 억압을 받아서는 안되는데 우리 사회가 큰 포용력과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지적탐구를 하게 한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학문이며,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힘이다. 점점 사회와 생각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각각의 학문을 접목시켜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인문학이라는 토양이다. 그 토양을 잘 다져놓을 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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