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12경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인왕산, 북악산, 낙산, 목멱산에서 흘러내리는 10개의 물길과 한양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2개의 길을 말한다. 이는 한양도성길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그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옥류동천길, 삼천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정릉동천길,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 진고개길, 구리개길까지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에 소속된 시민들이 '서울 옛길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결실로 나온 책이다. 서울에 살면서도 모르고 있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인데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훨씬 가까이에 있었지만 지나쳤을 뿐이다.
서울둘레길도 두 차례 완주하고 2011년부터 매년 서울KYC에서 주최하는 서울순성놀이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양도성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원봉사자분의 해설을 들으면서 걷다 보면 전쟁과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유실된 문화재가 꽤 많았다. 우리가 애써 관심을 갖고 찾아가지 않으면 대부분 표지석 정도로만 기억될 것 같았다.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를 들고 각각 길을 따라 걸으면서 역사의 흔적으로 찾아가는 여정도 흥미로울 것 같다. 안국동, 삼청동, 가회동은 굉장히 많이 찾아갔던 곳인데 지금은 터가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석만 남아서 안타까운 기분도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지명도 예부터 내려왔기 때문에 그 뿌리를 알고 나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숱한 전쟁을 치르고 일제강점기를 거쳐오면서도 복원과 발굴로 꽤 많이 잔존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답사를 거치면서 찾아낸 역사의 기억은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옛길로 남을 것이다. 하루 정도는 이들이 답사한 길 중에 한곳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며 그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여전히 우리의 길 위에 역사는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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