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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어쩌다, 혼자 여행 : 최지은 에세이

 

 

 

20여 년 동안 43개국을 단출하게 홀로 여행을 다닌 저자는 그 시간들을 '치유'의 선물을 받았던 날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예기치 못한 일들과 마주하며 낯선 문화에 스며들기도 하고 일정표가 없기에 어디로든 새로운 만남에서도 자유롭습니다. 내게도 혼자 떠나는 여행길은 매우 익숙한 일입니다. 일행에 맞춰 걷지 않아도 미지의 세계 어디든지 내 속도를 따라 탐험하기 때문에 늘 새롭습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았을 때 아련한 추억에 잠겨 모든 일들이 선물이었음을 지나고 보니 알게 됩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인도, 말레이시아, 터키, 이란, 이스라엘 등 1~2장은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3장은 여행자의 기본자세를, 4장은 여행자의 태도를 열거하며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워낙에 다양한 문화권을 여행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여행길에 터득한 삶의 지혜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여행지에서 보낸 것 외에 저자가 알려주는 여행의 즐거움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여행지에 오래 머무를 때 매듭짓기, 요가, 요리, 패러글라이딩,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두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저자는 배워두는 것이 좋아 시작한 요리로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를 깊게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식을 만들면서 교감하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겠죠.

급할 것도 없고 여유롭게 지내는 동안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인연을 만드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아마도 특별한 장소에서 낯선 누군가와 열린 마음으로 삶과 지혜를 얘기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죠. 곤란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반드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감사하게도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이렇게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면 간접적으로 여행을 다닌 기분이 듭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정말 좋은 점은 사색할 시간이 많다는 점입니다.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면서 한 뼘 내면의 깊이가 자라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건 여행을 통해 그만큼 스스로 세상과 마주할 힘이 생긴 까닭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