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초개인주의 : 가장 자기다운 인간, 조직 그리고 경영에 대하여

 

초개인주의

 

 

책이 두껍고 조직과 경영을 다루고 있어 어려운 내용일 거라 예상하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효율만을 강조하는 일터에서 서로가 교감하고 존중하며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인간다움'에 관한 문제다.

"우리가 추구할 방향은 외려 '자기다운 인간'의 회복과 이를 통한 주체적인 인간 존중의 삶과 경영을 꾀하는 '초개인주의'이어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 바로 지금이야말로 기술, 인간 엔지니어링의 환영에서 벗어나 고유의 주체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동시에 개인을 초월해 연대하는 인간으로, 인간 존중의 경영을 추구해야 할 때다."

사회 초년생 일 때 테일러리즘에 염증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에서 바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지적해 줘서 한편으론 통쾌했다. 이젠 더 이상 테일러 시스템으로 예측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발전하는 기술만큼이나 사회는 복잡해져가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반드시 오늘날 정답이 되지 않는다. 비인격적인 인사평가 시스템과 불합리한 채점 방식은 일터에서 '인간다움'을 죽이고 있다.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평가가 과연 객관적일까?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생각이 트이고 경직화된 조직과 경영 시스템을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택근무 전환이 이뤄졌고 다시 거리 두기를 해제하며 일터로 복귀했지만 회식을 기피하는 등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서 조직 구조를 재구성할 때 "뭉치되, 작은 규모로 여러 개를 뭉쳐라"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혁신적인 기업은 공간 선택의 자유와 유연한 출퇴근제로 개인에서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조직 중심이었던 과거의 기업관을 벗어나 업무와 개인이 분리되어도 생산성은 줄지 않는다. 이젠 초개인주의 경영으로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이 시대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Insight에 실린 글은 경영 혁신을 위해 이들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신뢰에 관한 문제는 회사가 개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회사는 추구하는 목적, 미션, 목표를 제시하고 협의할 뿐이고, 출근과 휴가, 세부적인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에 맡겨 놓는다. 구성원은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하고 휴가를 쓰지만, 동시에 타인과의 협력과 미션 달성에 있어서는 스스로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터를 나선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근무환경이다. 회사와 개인이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이런 기업문화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래를 준비하며 계속 변화를 거듭할 텐데 과거에나 통했을 법한 낡은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며, 인재 유출은 피할 수 없다.

복잡계에서 과학적 경영법을 고민하고 문제 인식을 통해 해법을 찾고자 하는 이 책은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춰서 어떻게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효율성을 우선시하며 개인이 조직 앞에 무력화된 기존 경영 방식으로 운영하는 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을 때이다. 우수한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높은 이직률과 이른 퇴사의 원인을 개인에게 찾기보다 '자기다움'과 '존중'이 지켜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수많은 회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해소되었고, 이해하기 쉽게 쓰였고 특히 리더가 읽을수록 빠른 피드백이 회사 내에 반영될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읽기를 추천한다.